바울은 자신의 서신들을 통해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서 구체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갈 4:4-5). 이런 의미에서 본고(本稿)는 단편적이나마 바울 서신서들을 중심 하여 우리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알아보고자 한다.
1. 그리스도의 인격
바울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단순한 예언자요, 독특한 선생에 불과했던 예수를 신인(神人)의 위치에까지 올려놓았다고 비난받고 있다. 사실 그가 기독교의 토대를 마련한 훌륭한 신학자임에는 부인할 수 없으나 위와 같은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그가 사용한 예수께 대한 호칭(이 호칭은 그리스도의 인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열쇠)이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했던 것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예수의 신인적인 속성을 그가 임의로 조작했다고 하는 견해는 인정될 수 없다. 즉 유대교에서 개종한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인자’, ‘모세와 같은 선지자’, ‘주의 종’, ‘대제사장’, ‘하나님의 구원’, ‘하나님의 천사’, ‘의인’, 목자’ 및 ‘하나님의 어린 양’ 등 다양하게 묘사했다. 심지어 바울 서신은 ‘하나님의 아들’과 ‘아들’이라는 칭호조차도 마태복음, 요한복음, 히브리서보다 그 빈도수가 헐씬 적다. 바울 서신에서는 ‘하나님의 아들’이란 용어가 단 세 번(롬 1:4, 고후 1:19, 갈 2:20), ‘아들’이란 단어가 12번(롬 1:3, 9, 5:10, 8:3, 29, 32, 고전 1:9, 15:28, 갈 1:16, 4:4, 6, 살전 1:10) 언급되어 있다.
바울 서신에서 예수께 주로 사용하고 있는 칭호는 ‘주’(Lord)이다. 이 말은 A. D. 1세기 때 단순한 존경의 대상(Sir)에서 하나님(God)을 지칭하는 것에까지 폭넓게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바울이 예수를 향하여 그분이 곧 유일한 예배의 대상이며 하나님이시라고 지칭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롬 10:9, 빌 2:11). 바울이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예수의 인성을 신인(神人)의 위치에까지 올려놓았다는 주장은 그릇된 것이다. 한편 골로새서 1장 13-20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수의 상(image)은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능력이요 지혜라는 사실이다. 특별히 바울은 예수가 만물의 창조자이시며 보존자이실 뿐 아니라 우리의 유일한 중보자가 되신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울이 이해한 예수는 분명 하나님(롬 9:5, 살후 1:12, 딛 2:13)과 구주(엡 2:23, 빌 3:20, 딤후 1:10)가 되신 하늘 인간이셨다(빌 2:5-11).
2. 그리스도의 사역
바울은 율법과의 관계상에 비추어 예수의 사역을 많이 취급하였다. 즉 그분은 율법 아래 나심으로써 율법의 저주와 짐을 대신 담당하셨으며, 이를 통해 인간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다(고후 5:21, 갈 3:13, 골 1:22, 2:14). 그런데 바울은 예수께서 율법의 저주를 벗겨 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무흠 하게 세우는 구원만 이루신 것이 아니라 모세의 율법 가운데 명시된 조항을 그대로 수행하여 누구든지 자기 안에 거하는 자들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담대히 의롭게 설 수 있게 하셨다(롬 3:19-31, 8:1-4, 갈 2:16, 3:22, 엡 3:12, 빌 3:9). 이처럼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발적 희생과 순종으로 인해 죄 아래 있는 인간에게 구원과 의(義)와 자유를 허락하셨다고 주장했으며, 그러한 사상의 집약적 표현으로서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롬 10:4)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