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교회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았던 면죄부 판매를 위해 얼마나 치밀한 전략을 세웠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면죄부 판매가 그저 로마 교황청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명령에 의해 억지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물론 이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적 기록과 당대 면죄부 판매에 용왕매진(勇往邁進)했던 사제들의 행각을 비판한 문학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압보다는 훨씬 더 고도화된 마케팅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전략이 숨겨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교황청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종교적 사기극’과 대중의 심리를 파고든 전술이 융합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 이들은 면죄부의 효력을 과장하기 위해 감정적 호소에 가까운 만담 수준의 설교와 거짓된 이적(가짜 기적)을 동원하여 회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대중을 현혹한 뒤, 지금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평민에게는 1 플로린(약 35~45만 원)에 면죄부를 판매했던 것이다.  물론 하위 귀족이나 고위 귀족에게는 신분에 맞춰 훨씬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 Yuval Noah Harari는 이러한 면죄부 판매를 가리켜 ‘구원팔이’라고 비꼬며, 그의 저서 『Homo Deus』에서 이렇게 비판한다.  “이런 구원팔이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도미니크 수도회의 Johann Tetzel은 모금함에 동전이 짤랑하고 떨어지는 순간 영혼이 연옥에서 천국으로 날아오른다고 말했다”

Martin Luther와 대립각을 세웠던 면죄부 판매 사제 요한 Tetzel 등의 실제 설교 기록과, 당시 스페인의 대표적인 Picaresque novel인 『The Life of Lazarillo de Tormes』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대 면죄부 판매사들은 회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현란한 설교뿐만 아니라, 청중 앞에서 초자연적인 이적을 직접 연출해 보이며 면죄부 구매를 적극적으로 종용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The Life of Lazarillo de Tormes』은 당대의 부패한 사제 계급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반승려주의적’(Anticlericalism) 성격이 짙은 작품이다.  소설은 하층 계급 출신의 주인공 소년 Lazarillo가 부패한 성직자들을 차례로 만나며 겪는 사기극과 고난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교활한 맹인을 시작으로 구두쇠 신부, 탐욕스러운 수도사, 그리고 면죄부를 파는 포교사(Buldero) 등 여러 성직자 주인을 섬기게 된다.  이 작품에는 면죄부 판매를 담당하던 포교사가 어떻게 대중 앞에서 조작된 ‘구마 예식’(Exorcism)을 연출하여 순진한 회중을 속이고 면죄부 판매를 극적으로 성사시키는지 그 사기 수법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작품 속 내용을 살펴보면, 면죄부를 파는 포교사는 회중을 모아놓고 면죄부의 효력에 대해 길거리 약장수 같은 장황한 선동 설교를 늘어놓는다.  한창 설교가 진행되던 중, 청중석에서 한 신자가 당당히 걸어 나와 이 면죄부는 완전히 가짜라며 포교사를 신랄하게 공격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순간 장내의 모든 시선이 포교사를 저주하는 그 신자에게로 쏠린다.  바로 그 결정적인 순간, 포교사를 비난하던 신자가 갑자기 하나님의 천벌을 받거나 악령에 사로잡힌 것처럼 입에 흰 거품을 물기 시작한다.  그는 온몸에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며 심하게 떨다가 바닥으로 쓰러져 뒹굴기까지 한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을 때, 교활한 포교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엄숙하게 귀신을 내쫓는 ‘구마 예식’(Exorcism)을 거행한다.  놀랍게도 포교사의 축귀 기도가 끝나자마자 발작하던 신자는 즉시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된다.  대중의 눈앞에서 그야말로 경이롭고 초자연적인 이적이 벌어진 것이다. 포교사를 격렬히 비난했던 그 신자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불경함을 뉘우치고, 이 면죄부야말로 인간의 죄를 사해주는 참된 증서가 분명하다고 군중 앞에서 눈물로 고백한다. 

눈앞에서 벌어진 이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군중들은 마침내 깊은 압도감에 사로잡힌다.  면죄부를 의심하고 구매를 주저하던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의심의 장벽이 완전히 무너진 사람들은 로마 교황청의 핵심 수입원이자 당대 최고의 ‘획기적인 기획 상품’이었던 면죄부를 아무런 의심 없이 사들인다. 

주인공 Lazarillo는 군중의 눈을 속인 이 연극 같은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날 밤, 여관에서 포교사와 낮에 귀신 들린 행세를 했던 그 신자가 한방에 모여 웃으며 면죄부 판매 수익금을 나누는 추악한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한마디로 군중을 공포와 감동에 몰아넣었던 초자연적인 구마(驅魔) 의식과 끔찍한 악령 발작은, 오직 가짜 약과 다름없는 면죄부를 하나라도 더 팔아치우기 위해 철저하게 기획되고 조작된 ‘거짓 연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를 단지 소설 속 허구(虛構)로만 치부할 수 없는 강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The Life of Lazarillo de Tormes』은 당시의 처참하고 일그러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폭로한 스페인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이자 Picaresque 문학의 시초다.  이 작품은 훗날 세계적인 거장이자 『Don Quixote』의 저자인 Miguel de Cervantes 등에게 심대한 문학적 영향을 주며 문학사의 흐름을 바꾼 명작이다. 

새로운 시대적 정신운동이었던 Renaissance의 이면에서, 당시 사회 지도층이었던 가톨릭 사제들의 위선을 고발한 이 작품 속 인간 군상(群像)들의 모습은 결코 허상이 아니다.  돈을 탐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했던 부패한 성직자들의 추악한 실태는, 현대 사회의 일부 타락한 성직자들의 모습과 궤를 같이할 만큼 당대 유럽 전역에서 실제로 빈번하게 벌어지던 역사적 사실들을 토대로 기술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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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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