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에는 음부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대개 죽음이라는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삼하 22:6, 18:5).  그러면 구약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음부란 무엇을 뜻하며 그것과 죽음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이에 대하여 본고(本稿)는 음부와 죽음을 구분하여 살펴 본후 결론을 맺으려 한다.

 

1. 음부

구약 시대의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진 장소는 스올’(sheol)이다.  이것은 헬라어로는 <하데스>라고 한다.  개역 성경에는 스올이 음부’(37:35), ‘무덤’(28:1), ‘멸망의 웅덩이’(26:6) 등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면 음부는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이에 관해서는 성경 상의 언급이 없으므로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은유적, 시적 성경 귀절들이 음부를 땅 밑의 어떤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7:9, 55:15).  구약 시대의 사람들은 이곳을 죽은 인간의 혼이 머무는 곳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곳에도 하나님의 통치력과 권능이 여전히 미치는 것으로 여기었다(26:6, 139:7-8).  그런데 구약의 음부와 신약의 지옥간의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음부는 죽은 사람들 모두가 필연적으로 가서 머무르게 되는 장소라는 점에 반해 지옥은 사후(死後), 악인의 영혼이 고통받는 형벌의 장소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한편 구약 성경에는 음부가 마치 땅 밑(16:30)이나 땅 밑의 물 속(26:5)에 위치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곳은 어둡고 침울한 세계(114:3)이며 살아 있을 때의 삶에 대하여 거의 의식할 수 없는 장소이다(9:5-6).  이처럼 음부는 적막한 장소이며 존재 의미가 없는 세계이다(94:17, 115:17).

 

2. 죽음

구약 성경에 사용된 죽음이란 단어는 히브리어로 <마윁>이다.  그런데 <마윁>은 죽음이란 뜻과 더불어 종종 음부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30:23, 38:18).  구약 성경은 인간의 사후(死後)세계에 관해 거의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히브리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의 혼이 음부에 내려가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긴 잠을 자는 것으로 생각하였다(51:39).  그러나 이방 민족들은 과 개념이 약간 다른 망령’(, 레파임)이 음부에 가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여기서 망령이란 살아 있을 때의 인간의 형체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存在)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 되어진다.   아무튼 이러한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구약 성경에는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개념이 나타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죽음은 인간의 죄와 불순종에 대한 벌이다( 2:9-3:19).  ⓑ 기독교에서는 죽음을 육체적 죽음과 영적 죽음 그리고 영원한 죽음으로 구분지어 이해하는데 반해 구약 성경에서는 대개 죽음을 육체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왕상 17:21-22, 78:50).  ⓒ 히브리인들은 죽음에 대하여 몸시 두려워 하였으며(6:1-5) 할 수만 있으면 죽음을 면하려고 하였다(10:17).  ⓓ 또한 그들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인간이 죽음을 겪지 않을 수도, 죽은 상태에서 다시금 살아날 수도 있다고 믿은 것 같다.  구약 성경에는 에녹과 엘리야가 죽음을 겪지 않고 하늘로 올라간 기사가 나와 있다(5:24, 왕하 2:11).  ⓔ 신약 성경에서처럼 확실치는 않지만 구약 성경에서도 부활 사상이 나타난다.  죽음은 종종 열조(列朝)에게로 돌아가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으며(49:33), 개인의 부활에 관한 소망이 언급되어 있다(17:15, 6:2). 

 

3. 결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생각하고 넘어갈 점은 아브라함과 모세, 사무엘과 같은 구약 시대의 성도들은 사후에 어디로 갔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관하여 분명한 답은 제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음부에는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지옥도 아니고 낙원도 아닌 별개의 장소로서 의인과 악인이 함께 공존하는 음부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신구약 성경 전체의 가르침에 어긋나기 때문이다(18:23, 25:46).  성경에는 음부라는 말이 종종 사후 세계가 아닌 실제적인 인간의 무덤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다(35:20).  그러므로 구약 성경에서의 음부라는 말은 인간의 죽음과 그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단어로 이해되어져야만 할 것이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다.  죽음은 침묵의 세계요 어두움과 무의식의 세계이다.  히브리인들은 이러한 상태를 음부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개념으로 표현하였던 것이다(37:35, 10:21-22, 115:17).

Posted by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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