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명칭에 대한 논란은 한국 교회사에 있어서 중대한 사건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논란은 신교와 구교 공동 번역 성경 위원회가 구교의 천주님과 신교의 하나님이란 명칭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일 때 절정에 달했다.  그래서 본고는 이 명칭에 대한 찬반의 의견을 서술한 후 성경적인 입장에 입각하여 그 명칭의 가부를 논의해 보려고 한다.

 

1. ‘하느님으로 주장하는 견해

대한성서공회 구약공동번역 위원이었던 곽노순씨의 견해에 따르면(기독교사상 19713월호) 하나님의 명칭이 처음 55년 동안은 형태소(形態素)하늘에 연결해서 읽었으며 다음 15년 동안은 하늘이나 하나에 연결시켰는데, 그 후에는 하나에만 연결시켜 하나님으로 읽게 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하늘’(heaven)에 형태소 을 연결해서 하나님또는 하느님으로 통일시켜 혼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2. ‘하나님으로 주장하는 견해

하느님이란 명칭을 반대하는 이들의 공통된 견해 중의 하나가 하느님은 불교나 유교의 문화권에 살았던 우리 민족의 범종교적(汎宗敎的) 용어라는 것이다.  옛날 우리 민족들은 일반적으로 우주 만물의 지배자나 생사 화복의 주재자에 대한 개념을 하늘에 두었다고 한다.  그 한 예로 인명재천 (人命在天)지성감천’(至誠感天) 등의 사상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불특정 절대자에 대한 신앙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늘에는 하나님 한 분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한 영들도 있으므로(10:7, 6:12, 12:7-9), 유일하신 창조주의(20:3-7, 6:4, 10:11, 2:10, 6:9, 4:6) 칭호를 다신적인 뜻이 포함되어 있는 일반 관용어로부터 유래된 하느님으로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창조주와 잡신들의 구별이 없이 통용되고 있는 한자어 귀신 ’() 자도 유일하신 창조주에 대하여 사용해서는 안 된다.

 

3. 다른 나라에서의 하나님 명칭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성경이 말하는 창조주 하나님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a) 영어, 독일어, 일본어 성경 :  이들의 언어에는 창조주와 잡신(雜神)을 구별하는 명칭이 따로 따로 없다.  즉 영어에는 God, 독일어에는 Gott, 그리고 일본어에는 가미’(かみ)라는 단어만이 있다.  비록 성경 번역상 귀신들과 구별하기 위해 대문자로 표기한 것만 다를 뿐이다.  b) 초기 성경 번역에 사용된 헬라어와 라틴어 : 하나님은 헬라어로 <데오스>, 라틴어로는 <데우스>로 불리워진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그 당시 초월자에 대해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것들이므로 반드시 창조주 하나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 하나님의 명칭에 대한 성경적 접근

구약 성경에 언급된 성호(聖號)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여호와>(3:14), <>(7:21), <엘로힘>(1:26), <엘 샤다이>(6:3), <엘 엘리온>(14:18), <엘 올람>(22:23), <엘 로이>(16:13), <엘 엘로헤 이스라엘>(33:20), <아도나이>(3:11).  그런데 고대 근동의 이방인들도 자신이 섬기는 신을 <>이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히브리인들이 창조주 하나님을 이방 잡신과 같은 분으로 여겼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신약 성경에서 하나님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 <데오스>도 헬라인들이 자신의 신에 대하여 사용했던 호칭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에 대하여 이 말을 사용하셨으니(3:16), 우리는 이 말이 성경에서 유일하신 하나님을 가리키는 단어로 굳어졌음을 알 수 있다.

 

5. 결론

하나님의 명칭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 결과 우리는 유일하신 창조주를 반드시 하느님또는 하나님으로 호칭해야 한다는 것은 독단임을 알 수 있다.  ()이란 명칭을 불교나 유교에서 사용한다면 유일하신 창조주시며 섭리주이신 하나님을 가리키는 것이 될 것이다.  Gottfried Wilhelm Leibniz가 유일하신 창조주를 단자’(monad)로 표현했다고 해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이와 반대로 Aristotle가 최고의 이데아’(idea)를 신으로 묘사했다고 해서 유일신 하나님을 믿고 있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이나 하느님이란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성호를 부르는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용어를 통일시켜 사용할 필요는 있는데, 그 까닭은 하나님의 명칭 문제로 교회끼리 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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