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 속죄 사역을 통하여 해소하신 적대감은 누구에 대한 누구의 적대감인가?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간은 원수되었던 관계에서 벗어나 다시 화목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리스도께서 해소시킨 적대감은 누구에 대한 누구의 적대감이냐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적대감”이라는 주장과 그 반대로 “하나님께 대한 죄인들의 적대감”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때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적대감은 죄지은 자를 멀리하려는 거룩한 적대감이라 할 수 있으며,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적대감은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한 이질감에서 비롯된 죄악된 적대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견해는 다 어느 정도 성경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테면 하나님께서 인간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화목케 하는 길을 마련하신 것처럼 말하는 성경 구절들은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적대감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고후 5:18, 20, 엡 2:16, 골 1:20). 반면에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불순종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받게 되었다고 말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적대감이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것으로보이는 구절들도 있습니다(롬 5:8-11, 고후 5:18-21).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속죄를 통해 해소시킨 적대감이 하나님과 인간 모두의 적대감이라고 보는 것이 큰 무리가 없습니다. 사실 어느 한편의 적대감은 다른 한편의 적대감을 일으키는 것이 일반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굳이 그리스도가 해소시킨 적대감의 본질을 따지자면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적대감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거리가 생긴 것은 인간의 죄 때문이며, 그 죄는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를 유발시켜 인간에 대한 적대감을 갖게 했기 때문입니다.